여기 사람이 있다

* 너무 당연해서 이 글에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당연하지만 다른 전 스태프님들 포함 다른 분들에 대한 어떤 가해도 반대합니다. 세상에는 여성혐오가 너무 많은데,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역겨워하는 여혐 현상이 바로 이중잣대다. 특히 여성인 연예인•인플루언서 등에게 논란이 생겼을 때, 논란의 사실 여부와 잘못의 정도와 무관하게 정말 나노 단위로 까이면서 사람 ...

내가 바라는 걸 이룰 수가 없겠다 싶을 때 너라면 어떻게 할래? 그래도 뭐라도 해볼래, 그냥 처음부터 포기할래? "Fool For You - Snoh Aalegra" cover by 리마Liimaa 나는 늘 두 손에 누군가 두 가지 선택지가 적힌 쪽지를 쥐어준 것처럼 살았다. 네가 간바라봤자 이건 힘들어, 그래도 뭐 해보고 좌절하든가 어차피 안 되는 거니까...

금일의 쓰기 10 : 안개

레즈비언으로 정체화한 지는 약 2년이 됐다. 정확히는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인 지가 2년째다. 그 2년 새에 나는 나도 모르는 새 누군가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나와 마찬가지로 정체화를 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던 그 사람의 감정 안테나가 기능을 하지 않았던 덕에 잘도 숨기고 있었다. 그마저도 시간 제한이 걸린 폭탄 터지듯 그...

금일의 쓰기 9 : 위스키

날이 갈수록 소재와는 몇 뼘이나 떨어진 주제로 글을 쓰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팝핑캔디 급으로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브레인스토밍 끝에 별 이상한 주제로 생각이 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 딴 소리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그냥 써보려고. 이상하게 글이 안 써져서 끙끙대던 차에 만난 글 하나가 그랬다. 그냥 쓰라고. 정작 그 글은 글쓰기에 ...

금일의 쓰기 8. 향수

다른 여자들이 쓴 글을 읽을 때, 이를테면 최근에 소매넣기를 당한 <사랑의 은어들>을 읽을 때마다 꼭 한 번은 하는 생각이 있다. 어쩜 이렇게 감각을 잘 살려낼까. 이 분은 살아가는 순간순간 온 감각을 열어두고 느끼시는 건가? 가본 적 없는 곳에 어떻게 사람을 막 데려갈 수가 있지?? 분명 4d가 아니라 글인데? 하는 식으로. 이제 감탄을 안 하...

금일의 쓰기 7. 마스크

잠시 편의점에 소소한 사치를 즐기러 나갈 때에도, 수술로 인해 한동안 산책할 수가 없는 강아지를 위해 그냥 같이 햇빛이나마 받으려고 살살 안고 나가려 할 때에도, 오랜만에 멀리 나가는 길에도 매번 챙기는 게 있다. 약간 건망증이 있어서 두고 나오는 물건들이 좀 있는 편이라서 매번 습관처럼 드는 상비품 가방이 있을 정도인 내가 절대 잊지 않는 것. 마스크다....

금일의 쓰기 6. 도로

"Breathing in February" - 전진희 무언가를 가리키는 말은 대개 여럿이다. 하나를 지칭하기 위해서는 상황과 의도에 따라 꼭 맞는 단어를 골라 앉혀야 한다.책과 서적, 도서, 서책은 비슷한 대상을 가리키지만 서로 같은 말이 아니고 밥과 식사는 유의어지만 동의어는 되지 못한다.말에 대한 감각은 개인 차도 크다. 도로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고 잠...

4. 2000년

2000년에 무슨 일이 있었더라. 그 해는 천 구백구십구 년이 지나고 맨 앞자리 수가 바뀌는 해였다. 내가, 아니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다시는 겪지 못할 법한 변화가 2000년에 있었다. 국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은 물론 서구권에서는 특히 그 의미가 컸을 거다, 21세기가 실제로는 2001년부터라고는 해도 약 천 년간 1900년대였던 세계가 2...

2. 조퇴

예전 일을 상세히 기억하는 편이 아니다. 기억력이 비상하게 좋아 자동으로 발생한 시간대 하나하나를 기억하지도, 시각적 기억력이 뛰어나 그날 상대가 입은 옷가지 하나하나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누군가 얘기를 꺼내면 그제서야 빡빡했던 기억의 서랍이 열릴 때도 잦다. 기록을 좋아하는 이유도 어쩌면 그래서일지 모른다. 의식적으로 남기지 않으면 내...

1. 핫초코

2021년은 고쳐 쓰기 어려운 해다.1을 2로 고쳐 쓰기는 쉽지만 0을 1로 고쳐 쓰면 지저분해 보이니까.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를 살고 있다는 걸 연도를 고쳐 쓸 때마다 실감한다. 벌써 2010년이냐며 놀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2020년으로부터도 한 해가 더 지났다. 친절하게도 시간은 자기가 어느 정도의 속도를 지니고 있는지, 또 내게서 앗아간 것...

종착지가 없는 사랑에 관하여

https://youtu.be/J4KPPGK2DP8 ⬆️ 안예은, 배 사랑에는 종착지가 있을까? 종점을 찍고 나면 잠시 쉬었다가 처음부터 다시 정해진 코스를 도는 버스처럼, 혹은 기차처럼? 사랑에는 종점이 있을까? 아니, 아니. 관계에는. 관계에는 종착역이 있을까? 각 관계의 최종 단계를 알고 있는가? 관계에 파국이 찾아와 모든 게 잿더미가 되는 종착지가 ...

* 노답 님의 '걸음마' (https://posty.pe/4jgne6)와 카르디아 님의 '달콤한 고립을 거부하고:부딪치는 법을 배우기 위해' (https://posty.pe/kh5su4)를 연이어 읽고 떠오른 바에 대해 짧게 썼습니다.관계의 조율싸워본 적이 없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원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언성을 높여가며 봉합하기 어려운 갈등을 빚어...